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낙서장

에세이 창작 경진대회 출품작 - 꽃이 흔들리듯, 마음도 흔들리다.

by 필기꾼 2022. 2. 24.

누구든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을 받았던 순간을 잊지 못할 겁니다. 선물을 받는 순간에는, 온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. 하지만 우리 각자가 생각하는 의미 있는 선물은 모두 다를 것입니다. 누군가는 어릴 적 크리스마스 때 부모님이 주신 선물을 최고의 보물이라고 생각하는가 하면, 누군가는 소중한 첫사랑이 준 작은 선물을 잊지 못할 선물로 기억할 것입니다.

 

저도 지금까지 많은 선물을 받아 봤지만, 가장 의미 있는 선물은 어린아이 때 받았던 꽃입니다. 포장지에 감싸진 예쁜 장미꽃도 아니었고, 언젠가 행사에서 쓰다 버려진 꽃을 주은 것이었겠지만 그 마음이 정말 고마웠습니다. 이름도 모를 힘없는 꽃을 쥐었을 때, 그 꽃은 힘없이 흔들렸지만, 그만큼 저의 마음도 흔들렸습니다.

 

아마 그 꽃은 저와 친해지고자 하는 그 친구의 마음이었을 겁니다. 저도 그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. 그래서 그 친구와 매 순간을 함께했습니다. 밥을 먹을 때도, 잠자는 시간에도, 노는 시간에도 함께 어울렸습니다. 동물원에서는 함께 솜사탕을 먹으며 공작새를 구경했고, 벚꽃 축제에서도 떨어지는 꽃잎을 보며 서로 감탄하기 바빴습니다. 그렇게 저의 가장 소중한 사람은 그 친구가 되었습니다.

 

하지만 저는 어렸습니다. 남자아이들의 짓궂은 놀림에, 서서히 그 친구를 피했습니다. 그리고 그 친구도 저의 바뀐 태도를 알았습니다. 서로의 거리는 멀어졌고, 함께하는 시간도 부쩍 줄었습니다. 외로웠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, 스스로 마음을 다독였습니다

 

그러다가 발표회 날이 되었습니다. 저는 사회자를 맡았습니다. 하지만 수많은 학부모님 앞에서 대본을 읽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. 수십 번 연습했지만, 계속 실수하고, 때로는 진행 순서를 헷갈리기도 했습니다. 하루 종일 실수를 한 저는 너무 우울했습니다. 결국 쉬는 시간에 울음을 터뜨렸습니다. 그때, 그 친구가 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.

 

잘했다는 거짓말 섞인 위로와 함께, 자신이 가지고 있던 두 개의 꽃다발 중 하나를 저에게 건넸습니다. 장미 몇 송이와 알 수 없는 꽃으로 이루어진 그 꽃다발은 영화처럼 달콤한 향기가 나지는 않았습니다. 하지만 그 친구의 마음과 향기가 영화보다 더욱 달콤했습니다. 발표회가 끝나고, 몇 장의 사진을 남기고 저와 그 친구는 떨어졌습니다.

 

지금은 시간이 한참 흘러서, 그때 받았던 꽃다발을 생각하면 흐릿하게 그 친구가 생각납니다. 주위로부터 그 친구의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그 친구가 어떤 삶을 사는지 담장 너머로 알게 되었습니다. 그러면서 만남의 기회도 생겼습니다. 하지만, 그 때의 고마움을 제대로 전하기 위해 만남을 잠시 미루고 있습니다.

그 친구와의 시작이 그랬듯, 저도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꽃을 선물합니다. 10마디의 말보다 1송이의 꽃이 더 많은 것을 나타내기도 합니다. 하지만 낯 뜨겁다는 이유로 꽃을 선물하지 못하는 여러분도 계실 겁니다. 지금 꽃을 건네기를 주저하시는 분들, 여러분께서도 소중한 사람에게 꽃과 함께 마음을 전해보는 것은 어떨까요?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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